오늘 하루종일 너무 피곤해서 늦게 컴퓨터를 켰다. 그러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21일에 헌재의 '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한 판결이 나온다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설마 기각될까 하는 염려(?)를 전혀 안했기 때문에 거의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보이는 '기각'이라는 단어가 어찌나 나를 놀라게 하던지..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내세웠던 '수도 이전'문제.. 그 당시부터 나는 찬성입장이었다.
그리고 생각 외로 쉽게 국회에서 통과되자 나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총선후 나온 한나라당 및 수도권 지자체의 반발과 언론 플레이 등..
역시나 어쩔 수 없구나라는 아쉬움을 표시하기는 했지만, 헌재까지 실망시킬 줄은 몰랐다.


간단히 이번 판결에 대한 내 입장을 정리해보면..

조선왕조 창건 이후부터 경국대전에 수록되어 장구한 기간동안 국가의 기본법규범으로 법적 효력을 가져왔던 것이고, 헌법제정 이전부터 오랜 역사관습에 의하여 국민들에게 법적 확신이 형성되어 있는 사항으로서, 우리 헌법의 체계에서 자명하고 전제된 가장 기본적인 규범의 일부를 이루어 왔기 때문에 불문의 헌법규범화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헌재 결정문 요지 中)

헌재 결정문 요지 전문 보기..



1. '역사'와 '관습'에 의해 유지되었기 때문에 '불문의 헌법규범화'가 되었다?

'역사'와 '관습'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헌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면,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호주제, 장자 상속권과 같은 남성우월적인 관습들도 헌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는 것 아닌가?

2. 설령 헌법규범으로 한다 해도 그것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가?

조선시대의 '수도 선정'과 일제시대의 '수도적 상징성'이라는 것은..
국민의 동의에 의해 선정된 것이 아닌 지배세력에 의한 '지정'의 성격이 강한데
'민주주의'국가인 한국에서 당시의 '일방적 지정'여부를 '관습헌법'으로까지 격상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본다.

3.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다

'관습헌법'이 현재 국회에서 입법하는 법률에 우위하는 법으로 인정될 경우
'관습헌법'의 애매한 정의들은 자의적인 해석을 유발하기 용이하고,
어디까지를 관습헌법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범위 규정이 어려우므로
3권분립에 의한 국회의 '입법권'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볼 수 있다.

재판관 전효숙의 반대의견 요지 보기..



이제 현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참 기대된다.
정부의 명운을 결고서 추진한 일인데 어찌 대응을 할지 참 궁금하다.
'개헌카드'를 내기엔 무리가 따르는게 사실이고,
연기 지역에 제4의 행정타운을 건설하는 것은 비효율성의 극대화일 뿐이니..
노무현 대통령.. 오늘 밤 많은 고민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을 것 같다.

이번 사건을 통해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위상은 높아졌겠지만
'경쟁력 있는 국가' 대한민국은 또 다시 멀리 넘어간 것 같다.


요즘 일어나는 일련의 이슈들을 볼때마다..
박정희 대통령이 왜 '장기독재'를 하고 싶어 했는지 이해가 간다.
그의 행동에 찬성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적 추진을 위해서는 이보다 좋은 것은 없는 듯..
'독재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정도까지 되다니.. 나도 참.. 쯧쯧..
Posted by Mok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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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10/30 06:40

    그저께서야 전문을 읽어봤어..무려 50페이지 이상 되더군ㅡ.ㅡ
    수업 시간에 민소법 교수님께서는 후일 헌재재판관이 될 후배들에게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만한 판결문이라고 하시길래..--;
    글쎄 잘은 몰겠지만 사실 황당하긴 했거든..
    수도이전이 중요정책에 해당하니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긴 한데
    헌법적으로 볼 때 이는 대통령의 재량이니
    국민투표를 강제할 수 없잖아?
    그래서 '관습헌법'이라는 좀 억지스런 논리를 만들어 제130조의 헌법개정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판시한듯해..
    즉 결론을 내려놓고 이유를 억지로? 짜 맞추기 한 거지..
    개인적으로 볼 때는 위헌으로 하려면 차라리 별개의견처럼 제72조 중요정책으로 보아서 재량 일탈남용으로 하는게 나을듯한데
    사실 반대의견이 법논리상으로는 타당한 것 같애^^

    법대생인 나보다 더 관심있게 깊이 생각해본 것 같네^^
    대견대견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