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씨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드디어 다 읽었다. 12권이나 되는 분량이었지만, 워낙 내용이 재미있고 스토리전개가 빨라서 12권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한편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그냥 일제시대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만 알고 첫 페이지를 넘겼는데(실제로는 e-book으로 본 것이니 넘길 페이지는 없었다..) 단순히 소설책이라만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책이었다. 역사책 보다도 더 자세한 한국의 근대사 내용과, 백과사전보다 더 자세한 한국 전통문화가 소개되고 있었다. 이런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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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은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지 10년이 지난 1905년 을사늑약의 체결시기부터 1945년 해방될때까지의 40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40년간의 '일제 강점기'.. 하지만, 그 당시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고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 알기 마련이다. 국가에서 만든 '국사'책을 통해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배우고 막연한 일본에 대한 반감만을 가지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에서 나는 국사책 보다도 더 생생한 한국의 역사를 보았다. 물론 아리랑의 내용은 fiction이기는 하지만, 분명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사책은 당시의 왕과 신하들, 그리고 국제정세속에서 방황하는 조선왕실의 모습을 알려주었지만 '아리랑'은 방황하는 조선 왕실 밑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우리 일반 민초들의 삶을 알려주고 있었다.

지주층이 어떻게 친일파로 돌아서게 되었는지.. 일본은 우리 민족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농민들이 어떻게 소작농으로 전락하게 되었는지.. 땅을 잃은 자들이 만주로 어떻게 떠나게 되었는지.. 독립운동가들은 어떻게 활동을 했는지.. 일제 치하에서의 민초들의 삶은 어떠했는지.. 1920년 이후 사회주의가 조선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 독립운동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항일운동가들이 친일파로 어떻게 변절하게 되었는지.. 그것이 일반 민초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등..

솔직히 이 소설을 보면서 답답함만이 있었다. 양반(지주)과 평민(소작농)의 계층구조가 철저하게 한쪽 계층을 무너뜨렸고, 일본은 그 분열의 틈 사이를 치고 들어와서 자기들의 이익을 쪽쪽 빨아 챙겨간 것이었다. 배우지 못한 평민들은 땅을 뺏기고, 사기에 속고해서 이런 저런 부역에 끌려가 제대로 보수도 못받고, 하와이로 노예처럼 넘겨지고.. 19세기를 세도정치로 헛되이 보낸 우리나라는 그렇게 벌을 받았던 것이다. 한쪽 계층만 일방적으로..

새로 알게된 사실은 1920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공산주의 사상이 굉장히 많이 퍼졌다는 것이다. 국사책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하긴, 당시 상황으로 봐서는 공산주의 사상이 퍼지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단순한 내용인 '소작농 해방, 약소민족 독립운동지지' 이 말만들은 수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공산주의를 지지했을테니 말이다. 총독부에서 엄청난 공산주의 탄압을 했던 것을 보면 그 사상의 확산이 굉장하기는 했었나보다.

만주지방에 살고 있는 수많은 조선족들.. 대부분이 일제시대때 건너간 사람들이다. 30년대 말기의 일제의 강제이주에 의해 속아서 건너간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이 토지조사사업때 땅을 잃고 넘어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중국이 무서워서 아무말 못하고 있지만, 분명한 우리의 동포인 조선족들에 대한 대한민국의 지원이 너무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미 그들은 자신들을 중국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민족의 아픔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자들에 대한 처우는 개선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친일파들.. 30년대 말, 40년대의 변절자들.. 요즘 과거사 청산이다라고 해서 한창 시끄러울때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좀 복잡했다. 일본은 철저하게 사회지도층을 회유해서 잡지나 신문에 대대적인 '친일'을 하자는 글을 쓰게한 것이 사실이다. 이광수나 최남선 같은 사람들은 한국의 위대한 근대 문필가임에도 불구하고, 발전된 일본의 모습에 쉽게 넘어가버린 아쉬운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솔직히 30년을 지나면서 조선의 독립에 대한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수 많은 지식인층이 독립을 포기하게 된 것은 그들을 탓하기가 힘들다. 현실에 대한 인식일테니까..

친일파를 다루는 문제는 참으로 복잡하다. 적극적 친일파, 단순 친일파, 생계로 인한 친일파 등 칼로 잘라 구분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40년이라는 시간이면 멀쩡한 사람도 현실에 순응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할 수 있는 것은 있다.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예우 문제이다. 왜 이것조차 똑바로 못하는지 답답하다.

미국은 자신들의 짧은 독립운동기간동안의 수많은 사람들을 영웅시해서 가르치고 알리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40년 기간의 독립운동기간동안 우리가 아는 독립운동가는 몇명이나 되는지..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쓸데없는 것 외우게 시키지 말고, 이런 책이나 다 읽히게 했으면 좋겠다. '청소년을 위한 아리랑'같은 책이 나와서 이 부분을 가르치는게 훨씬 날 것 같다. 국사(하)의 대부분은 구한말기와 일제강점기 아닌가.. 1년의 기간동안 이정도는 읽히는 것이 훨씬 나을듯.. 쓸데없는 무슨 조약, 무슨 조약, 문학의 무슨파 무슨파 이런거 외우게 시키지 말고..
Posted by Mok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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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2/01 00:24

    [김산의 <아리랑>] 도 한번 읽어보길..(님 웨일즈 작)
    김기정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1930년대의 중국에서의 조선 무정부주의자들의 투쟁의 역사를 이야기하시며(물론 1930년대 중국 공산당의 반일운동 파트에서의 한 부분으로써) 소개해 줬는데... 곧 읽어보려고..

    외로운 천재 무정부주의자의 모습을 그린 책인데..(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에스페란토..등등 몇개국어를 했다더라...ㅡ.ㅡ) 참 끌리더군..

    근데 난 고등학교때 국사선생님을 잘 만난거 같다..
    공산주의자들의 독립운동도 가르쳐 주셨었거든 ㅋㅋ

    • 2005/12/01 01:24

      우리 할아버지께서 그 당시에 아나키스트 사상을 접하셔서 에스페란토를 배우셨었다고 하셨던게 기억이 나는군..

      선생님 잘 만나는게 중요하다니까.. ㅋㅋ
      나는 일단 태백산맥을 먼저 읽어야겠다. 그리고는 한강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