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2/07 11:27
안녕하세요..
이 말은 정말 쓰기 싫지만.. 또 오랫만이네요..
한없이 게을러지고 나태해지는 제 자신을 보면서 언제나 철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오늘에라도 쓰게 된 것에 감사하며..
오늘 쓰는 주제는 '문화 주체성'에 관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생각한 문젠데 여러 생각들의 잔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조금 길어도 자세히 읽어주세요..
--------------------------------------------------------------------
지난 30년간, 그리고 최근 5~6년간 우리나라는 '경제발전'과 '세계화'라는 구호 아래
많은 부분에서의 개혁과 세계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사업들을 많이 해 왔다.
그 덕분에 경제성장률이나 인터넷의 사용률, 이동통신의 첨단 산업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들이 놀랄만큼의 성장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이런 성장의 모습 뒤에 '한국'이라는 모습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쉽다.
한국적 풍토라는 것은 많이 사라진 채 세계의 표준을 맞춘다는 명목아래
많은 한국적인 것이 사라진 것이다.
몇 년전 부턴가 서울 시내에는 외국 상표의 음식점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었으며,
극장도 외국식의 극장 형태가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이 이전 보다는 훨씬 시설과 서비스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시설들을 소개할때 외국상표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 그 문제이다.
한국 사람에게는 이상할 정도의 외국지향병(?)이 있다.
외국의 것이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성향이 국민 전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거의 사대주의적 성향이 한국인에게 남아있는 것일까?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이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의 세계 몇몇 나라의 산업과 문화에
종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된다.
산업이나 상품 등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술력이나 제조력이
선진국에 비해서 약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아직은 제품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의 것을 선호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무조건 외국 것을 선호하는 것에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아직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아니기에 기술부문에서는
우리나라가 열세라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인 듯 싶다.
하지만 내가 가장 중점을 두고 싶은 부분은 문화 부문이다.
나는 요즘 한국영화가 엄청난 선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 기쁘기만 하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한국영화를 볼때 정말 볼 영화가 없어서 한번 봐 주는(?) 식이었고
그나마 보고 나서는 '한국 영화는 어쩔 수 없어..'하면서
모든 한국영화를 저급 수준의 영화로 매도했던 모습을 기억한다.
하지만 몇몇 영화들의 성공 이후로 많은 좋은 영화들이 나오고
또한 한국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헐리우드 영화를 이기고 있는 곳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문화적 자질이 있는 민족.. 반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민족..
우리 한민족의 생활 속에서는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나는 요즘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다.
프랑스어의 발음이 영어 발음 방식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었기에
발음을 익히는 것에 조금 힘들어 하고 있다.
그래서 주위에 보이는 영어단어를 프랑스어 식으로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생활 주위에 영어단어를 찾아봤는데 이게 왠일인가?
모든 광고, 모든 상표, 온 길거리가 다 영어였다.
신촌, 강남, 명동 등의 모든 거리에 붙어있는 광고판과 간판들 중에서 한글인 것은 극히 드물었다.
아예 영어로 적혀있거나 발음을 한글로 적어 놓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프랑스어 발음 공부하기는 너무 좋았다. 온통 영어가 적혀있기 때문에..
프랑스 말이 나왔기에 프랑스에 대해 한 마디 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자기 나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 크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관광객들이 프랑스에 가서 크게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그것은 영어로 길을 묻거나 도움을 구할 때 거의 대답을 안해준다는 것이다.
즉, '프랑스에 왔으면 프랑스어로 물어봐라!' 이런 생각이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꽉 막힌 국수주의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또한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한 나라에 관광을 왔을 정도면 최소한 기본적인 말은 배우고 오는 것이
문화적 관광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니까..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외국인이 영어로 길을 물으면 영어 연습할 기회 생겼다고 신나게 아는 영어를 다 써가면서 말하니..
내 기숙사 룸메이트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중국 항공기에는 '中華航空'이라고 정말 크게 써 있고 그 옆에 작게 'Air China'라고 써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항공기에는 'Korean Air', 'Asiana Airlines'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고
그 옆에 조그맣게 '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이라고 써 있는 것에서
두 나라의 문화적 자부심 정도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아무리 세계로 다니는 항공기라고는 하지만 굳이 한글을 작게 쓸 필요가 있을까 싶다.
우리나라 1000년간의 발명품 중에 가장 뛰어나다는 '한글'..
그 한글이 요즘에 와서는 외래어 표기용으로 전락해 버린 것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영화 제목을 표시할 때 왜 꼭 영어 발음을 적어야만 하는지..
어떤 사람들은 영화 제목을 번역하는 것이 이상한 어감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부터 우리가 그것이 익숙하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한글로 번역해서 영화를 수입해왔다면 그럴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상영되는 '버티칼 리미트'.. 번역하면 '수직 한계점'이 된다.
또한 '왓 위민 원트'.. 이 것이야 말로 '여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나을 듯 싶다.
어색한 발음을 한글로 어설프게 옮기느니 번역을 해 놓는게 훨씬 낫다는 말이다.
단지 뜻의 문제가 아닌 이것은 '한글'의 자부심에 관한 문제이다.
한글을 단지 외국어 발음을 표기하는 문자로만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잡지 제목이나 옷 상표 이름, 음식 명칭 등은 거의 외래어화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적 불분명한 상표가 한국 천지에 있으니 이게 한국 기업이 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 모를 정도이다.
대표적으로 E-land 회사에서 내 놓은 저가 의류점 "Who.A.U"..
이 옷 매장에 가면 한글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모델도 100% 외국 사람이며 포스터나 사진등에 적혀있는 것도 모두 영어이다.
그리고 매장 인테리어나 옷 디자인까지 모두 Califonia 분위기가 날 뿐이다.
물론 의류 디자인의 주제를 Califonian으로 한 것 가지고 뭐라고 할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Who.A.U'가 한국 상표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또한 요즘 기업의 이름도 외래어 일색이다.
L.G, S.K, Good Morning 증권.. 등등 얼마나 많은 기업의 이름이 외래어인지 모르겠다..
일본기업들도 Honda, Mitsubishi 등 일본어를 단지 영자로 표기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세계적 기업이 되기 위해서 한글 이름을 버리고 영어 이름을 쓴다?
이 논리가 과연 옳은 것인가 싶다..
그들은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외국인에게 더 친밀한 언어로 다가가는 것..
하지만 그렇게 외국인들을 생각한다면 아예 그 나라에 가서 기업을 차리는 것이 어떨런지..
우리나라의 컴퓨터 분야에서는 영어 사용이 극심하다.
거의 모든 것을 영어 그대로 사용하는 것 같다.
'홈페이지', '소스', '옵션', '파일', '페이지', '프린트' 등등..
처음에 컴퓨터를 수입할 때 그 단어를 번역하기 귀찮아서인지
한글이 너무 우수해서 그 발음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번역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외래어 표기로 들어오기 시작한 컴퓨터 관련 물건들이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이 영어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컴퓨터를 '電腦'라고 하고.. 프랑스에서 'le ordinateur'라고
자기 나라 말로 다르게 부르는 것과는 차이가 큰 것 같다.
이런 외래어 표기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일본이야말로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외래어 표기를 자랑(?)하고 있는데
최근에 영어를 제 2국어로 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일본을
좋게 봐야하는지 불쌍하게 봐야하는지는 판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일본의 그런 모습 속에서도 자국 문화와 글의 사랑의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나라 명칭문제이다.
축구 경기 같은 곳을 보면 응원할때 일본이 자기 나라를 'Japan'이라고 부르거나
플랫카드에 'Japan'이라고 적어 놓는 것은 굉장히 드물다.
대부분 'Nippon'이라는 일본 발음을 적어 놓는 것을 볼 수 있다.
운동경기때 뿐만 아니라 그 외의 분야에서도 'Nippon'을 더 애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Hankuk'을 쓰는가? 'Korea'를 쓰는가?
외국인들 중에서 우리나라의 명칭이 'Hankuk'이라고 읽힌다는 것을 아는 나라는 몇이나 될까?
우리나라는 왜 일본처럼 'Korea'와 함께 'Hankuk'이라는 명칭을 알리지 못할까?
단순한 문화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국가로의 위상문제일 수도 있다.
고려대학교가 굳이 학교의 영문이름을 'Koryo University'라고 하지 않고
'Korea University'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 주변에는 많은 책들, 전기 제품들이 있다.
그 이름을 보면 거의 다 영어, 또는 외국어이다.
'Collection de Ecole'. '디지틀 조선일보','Anycall','영진.com','한국리더십센터','열린노트성경','글로발 헤어 스타일링 젤','모닝 글로리','신도톱-에프' 등등..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은 제품들이 다 영어 또는 영어를 한글로 적어 놓은 말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것을 사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단순히 편협한 민족주의가 아닌 참된 세계화의 길인 것이다.
남대문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높은 빌딩과 아스팔트 길 사이에 외롭게 서 있는 남대문의 모습..
종로나 광화문 근처에 번쩍이는 건물들과 보도블럭 사이사이에 외롭게 서있는 사적 표시들..
여러 궁궐들의 보수 공사 후에 오점으로 남아있는 시멘트 흔적들..
이 모든 것들이 한국적이지 않은 것들이다.
ASEM을 위해서 만들었다는 ASEM Tower와 COEX Mall..
과연 삐까뻔쩍한 그 건물과 온갖 사치품과 외국 물건으로 가득한 쇼핑몰에서..
외국인들이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어떤 행사가 있을때 남자들은 양복을 여자들은 한복을 입는 것도 매우 우습다.
우리나라는 서양의 의복과 한국의 의복이 공존한다는 자부심에서인가?
아니면 사라져가는 전통 의상을 보존하기 위해서 한복을 여자들만 입게 한다는 것인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런 문제는 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듣고 배우는 모든 것이 서양적인 것이기 때문에..
서양적인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베르사유 궁전이나 미국의 백악관을 보고서는 멋있다는 생각을 해도..
경복궁이나 남대문 등을 보고서는 아름답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긴 어릴 때부터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가르치려고 하는 시대니까 그럴만도 하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모두를 서양 사대주의자로 만드는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한옥의 모습은 청와대, 독립기념관, 그리고 종묘이다.
아름다운 기와의 모습을 잘 나타내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은(종묘는 빼고..) 것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우리나라에 이런 건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단순한 아파트를 짓더라도 조금 한국적으로 지을 수는 없을까?
건물을 짓더라도 뻔지르르한 서양식 건물보다는 한국식 형태의 건물이 좀 더 한국스럽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칼럼을 쓰면서 이런 글을 쓰는 내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정말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내 언행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불필요한 영어들..
무의식적으로 뭔가 자랑하고픈 마음에서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에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한국어를 참 많이 소홀하게 다루고 우리의 것이라는 것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정립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칼럼에는 어떤 문제를 제시했을 뿐 그에대한 대안 같은 것은 제시하지 않았다.
단지 문제제시를 통해서 한사람 한사람이 문제를 인식하고 각자의 삶을 조금씩 바꾸어 나갈때에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꺼라 생각한다.



이 말은 정말 쓰기 싫지만.. 또 오랫만이네요..
한없이 게을러지고 나태해지는 제 자신을 보면서 언제나 철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오늘에라도 쓰게 된 것에 감사하며..
오늘 쓰는 주제는 '문화 주체성'에 관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생각한 문젠데 여러 생각들의 잔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조금 길어도 자세히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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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그리고 최근 5~6년간 우리나라는 '경제발전'과 '세계화'라는 구호 아래
많은 부분에서의 개혁과 세계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사업들을 많이 해 왔다.
그 덕분에 경제성장률이나 인터넷의 사용률, 이동통신의 첨단 산업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들이 놀랄만큼의 성장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이런 성장의 모습 뒤에 '한국'이라는 모습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쉽다.
한국적 풍토라는 것은 많이 사라진 채 세계의 표준을 맞춘다는 명목아래
많은 한국적인 것이 사라진 것이다.
몇 년전 부턴가 서울 시내에는 외국 상표의 음식점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었으며,
극장도 외국식의 극장 형태가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이 이전 보다는 훨씬 시설과 서비스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시설들을 소개할때 외국상표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 그 문제이다.
한국 사람에게는 이상할 정도의 외국지향병(?)이 있다.
외국의 것이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성향이 국민 전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거의 사대주의적 성향이 한국인에게 남아있는 것일까?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이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의 세계 몇몇 나라의 산업과 문화에
종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된다.
산업이나 상품 등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술력이나 제조력이
선진국에 비해서 약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아직은 제품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의 것을 선호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무조건 외국 것을 선호하는 것에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아직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아니기에 기술부문에서는
우리나라가 열세라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인 듯 싶다.
하지만 내가 가장 중점을 두고 싶은 부분은 문화 부문이다.
나는 요즘 한국영화가 엄청난 선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 기쁘기만 하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한국영화를 볼때 정말 볼 영화가 없어서 한번 봐 주는(?) 식이었고
그나마 보고 나서는 '한국 영화는 어쩔 수 없어..'하면서
모든 한국영화를 저급 수준의 영화로 매도했던 모습을 기억한다.
하지만 몇몇 영화들의 성공 이후로 많은 좋은 영화들이 나오고
또한 한국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헐리우드 영화를 이기고 있는 곳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문화적 자질이 있는 민족.. 반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민족..
우리 한민족의 생활 속에서는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나는 요즘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다.
프랑스어의 발음이 영어 발음 방식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었기에
발음을 익히는 것에 조금 힘들어 하고 있다.
그래서 주위에 보이는 영어단어를 프랑스어 식으로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생활 주위에 영어단어를 찾아봤는데 이게 왠일인가?
모든 광고, 모든 상표, 온 길거리가 다 영어였다.
신촌, 강남, 명동 등의 모든 거리에 붙어있는 광고판과 간판들 중에서 한글인 것은 극히 드물었다.
아예 영어로 적혀있거나 발음을 한글로 적어 놓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프랑스어 발음 공부하기는 너무 좋았다. 온통 영어가 적혀있기 때문에..
프랑스 말이 나왔기에 프랑스에 대해 한 마디 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자기 나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 크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관광객들이 프랑스에 가서 크게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그것은 영어로 길을 묻거나 도움을 구할 때 거의 대답을 안해준다는 것이다.
즉, '프랑스에 왔으면 프랑스어로 물어봐라!' 이런 생각이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꽉 막힌 국수주의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또한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한 나라에 관광을 왔을 정도면 최소한 기본적인 말은 배우고 오는 것이
문화적 관광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니까..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외국인이 영어로 길을 물으면 영어 연습할 기회 생겼다고 신나게 아는 영어를 다 써가면서 말하니..
내 기숙사 룸메이트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중국 항공기에는 '中華航空'이라고 정말 크게 써 있고 그 옆에 작게 'Air China'라고 써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항공기에는 'Korean Air', 'Asiana Airlines'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고
그 옆에 조그맣게 '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이라고 써 있는 것에서
두 나라의 문화적 자부심 정도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아무리 세계로 다니는 항공기라고는 하지만 굳이 한글을 작게 쓸 필요가 있을까 싶다.
우리나라 1000년간의 발명품 중에 가장 뛰어나다는 '한글'..
그 한글이 요즘에 와서는 외래어 표기용으로 전락해 버린 것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영화 제목을 표시할 때 왜 꼭 영어 발음을 적어야만 하는지..
어떤 사람들은 영화 제목을 번역하는 것이 이상한 어감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부터 우리가 그것이 익숙하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한글로 번역해서 영화를 수입해왔다면 그럴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상영되는 '버티칼 리미트'.. 번역하면 '수직 한계점'이 된다.
또한 '왓 위민 원트'.. 이 것이야 말로 '여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나을 듯 싶다.
어색한 발음을 한글로 어설프게 옮기느니 번역을 해 놓는게 훨씬 낫다는 말이다.
단지 뜻의 문제가 아닌 이것은 '한글'의 자부심에 관한 문제이다.
한글을 단지 외국어 발음을 표기하는 문자로만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잡지 제목이나 옷 상표 이름, 음식 명칭 등은 거의 외래어화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적 불분명한 상표가 한국 천지에 있으니 이게 한국 기업이 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 모를 정도이다.
대표적으로 E-land 회사에서 내 놓은 저가 의류점 "Who.A.U"..
이 옷 매장에 가면 한글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모델도 100% 외국 사람이며 포스터나 사진등에 적혀있는 것도 모두 영어이다.
그리고 매장 인테리어나 옷 디자인까지 모두 Califonia 분위기가 날 뿐이다.
물론 의류 디자인의 주제를 Califonian으로 한 것 가지고 뭐라고 할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Who.A.U'가 한국 상표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또한 요즘 기업의 이름도 외래어 일색이다.
L.G, S.K, Good Morning 증권.. 등등 얼마나 많은 기업의 이름이 외래어인지 모르겠다..
일본기업들도 Honda, Mitsubishi 등 일본어를 단지 영자로 표기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세계적 기업이 되기 위해서 한글 이름을 버리고 영어 이름을 쓴다?
이 논리가 과연 옳은 것인가 싶다..
그들은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외국인에게 더 친밀한 언어로 다가가는 것..
하지만 그렇게 외국인들을 생각한다면 아예 그 나라에 가서 기업을 차리는 것이 어떨런지..
우리나라의 컴퓨터 분야에서는 영어 사용이 극심하다.
거의 모든 것을 영어 그대로 사용하는 것 같다.
'홈페이지', '소스', '옵션', '파일', '페이지', '프린트' 등등..
처음에 컴퓨터를 수입할 때 그 단어를 번역하기 귀찮아서인지
한글이 너무 우수해서 그 발음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번역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외래어 표기로 들어오기 시작한 컴퓨터 관련 물건들이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이 영어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컴퓨터를 '電腦'라고 하고.. 프랑스에서 'le ordinateur'라고
자기 나라 말로 다르게 부르는 것과는 차이가 큰 것 같다.
이런 외래어 표기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일본이야말로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외래어 표기를 자랑(?)하고 있는데
최근에 영어를 제 2국어로 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일본을
좋게 봐야하는지 불쌍하게 봐야하는지는 판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일본의 그런 모습 속에서도 자국 문화와 글의 사랑의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나라 명칭문제이다.
축구 경기 같은 곳을 보면 응원할때 일본이 자기 나라를 'Japan'이라고 부르거나
플랫카드에 'Japan'이라고 적어 놓는 것은 굉장히 드물다.
대부분 'Nippon'이라는 일본 발음을 적어 놓는 것을 볼 수 있다.
운동경기때 뿐만 아니라 그 외의 분야에서도 'Nippon'을 더 애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Hankuk'을 쓰는가? 'Korea'를 쓰는가?
외국인들 중에서 우리나라의 명칭이 'Hankuk'이라고 읽힌다는 것을 아는 나라는 몇이나 될까?
우리나라는 왜 일본처럼 'Korea'와 함께 'Hankuk'이라는 명칭을 알리지 못할까?
단순한 문화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국가로의 위상문제일 수도 있다.
고려대학교가 굳이 학교의 영문이름을 'Koryo University'라고 하지 않고
'Korea University'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 주변에는 많은 책들, 전기 제품들이 있다.
그 이름을 보면 거의 다 영어, 또는 외국어이다.
'Collection de Ecole'. '디지틀 조선일보','Anycall','영진.com','한국리더십센터','열린노트성경','글로발 헤어 스타일링 젤','모닝 글로리','신도톱-에프' 등등..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은 제품들이 다 영어 또는 영어를 한글로 적어 놓은 말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것을 사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단순히 편협한 민족주의가 아닌 참된 세계화의 길인 것이다.
남대문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높은 빌딩과 아스팔트 길 사이에 외롭게 서 있는 남대문의 모습..
종로나 광화문 근처에 번쩍이는 건물들과 보도블럭 사이사이에 외롭게 서있는 사적 표시들..
여러 궁궐들의 보수 공사 후에 오점으로 남아있는 시멘트 흔적들..
이 모든 것들이 한국적이지 않은 것들이다.
ASEM을 위해서 만들었다는 ASEM Tower와 COEX Mall..
과연 삐까뻔쩍한 그 건물과 온갖 사치품과 외국 물건으로 가득한 쇼핑몰에서..
외국인들이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어떤 행사가 있을때 남자들은 양복을 여자들은 한복을 입는 것도 매우 우습다.
우리나라는 서양의 의복과 한국의 의복이 공존한다는 자부심에서인가?
아니면 사라져가는 전통 의상을 보존하기 위해서 한복을 여자들만 입게 한다는 것인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런 문제는 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듣고 배우는 모든 것이 서양적인 것이기 때문에..
서양적인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베르사유 궁전이나 미국의 백악관을 보고서는 멋있다는 생각을 해도..
경복궁이나 남대문 등을 보고서는 아름답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긴 어릴 때부터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가르치려고 하는 시대니까 그럴만도 하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모두를 서양 사대주의자로 만드는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한옥의 모습은 청와대, 독립기념관, 그리고 종묘이다.
아름다운 기와의 모습을 잘 나타내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은(종묘는 빼고..) 것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우리나라에 이런 건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단순한 아파트를 짓더라도 조금 한국적으로 지을 수는 없을까?
건물을 짓더라도 뻔지르르한 서양식 건물보다는 한국식 형태의 건물이 좀 더 한국스럽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칼럼을 쓰면서 이런 글을 쓰는 내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정말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내 언행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불필요한 영어들..
무의식적으로 뭔가 자랑하고픈 마음에서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에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한국어를 참 많이 소홀하게 다루고 우리의 것이라는 것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정립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칼럼에는 어떤 문제를 제시했을 뿐 그에대한 대안 같은 것은 제시하지 않았다.
단지 문제제시를 통해서 한사람 한사람이 문제를 인식하고 각자의 삶을 조금씩 바꾸어 나갈때에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꺼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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