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국민은 노무현을 선택했다.
1200만여의 국민은 안정보다는 개혁을 원했고..
밀실정치, 낡은정치, 기득권정치를 거부했다..

내가 2000년 4.13총선때 부산에서 출마하여 지역주의에 좌절한 노무현씨를 처음 보았고..
2001년 4월경 '노무현 죽이기'라는 책을 읽은 후로 노무현씨를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정치인을 좋아해 봤고.. 그리고..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

솔직히 민주당 경선때 노무현씨가 출마하는 것을 보고..
나는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당선된다 하더라도 이회창에게는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아닌 차기 대선에 나오지 왜 이번에 나왔을까 하는 아쉬움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완전한 실수였다.
나는 국민들의 대다수가 조중동 언론에 눈이 가리워 후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준은 내가 생각했던 이상이었다.
20,30대의 정보력.. 은.. 종이신문의 왜곡보도를 충분히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선거의 의의 몇가지로 생각해 봤다.

1. 국민의 의식수준의 변화

  솔직히 과거 선거는 네거티브 전략, 의혹 공방, 지역감정, 언론의 왜곡/편향 보도 등에 국민들의 지지가 이리저리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북풍이 한번 불면 표심이 흔들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당을 옮기면 사람들의 표 또한 움직이고, 당내의 보스정치를 반대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묵인해주는 모습.. 이런 모습이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정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때는 정말 많이 달랐었다. TV 토론회를 보면서 정책을 정확히 분석, 평가하는 시민들의 모습, 언론 보도에 치우치지 않고 그 속 뜻을 파헤칠 줄 하는 모습, 의혹/비리 폭로에 끄덕하지 않는 시민의 모습, 북풍을 예전처럼 반공개념으로 보지 않고 어떤 영향이 끼칠지 한번 더 생각하는 모습.. 이런 모습이 이번 선거의 혁명을 일으킨 것 같다.

  선거 기간 내내 조선일보의 어마어마한 편향적 보도태도, 특히 마지막날 정몽준 씨의 노무현 지지철회 선언을 대서특필하며 적은 사설은 나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직접적인 말은 안했지만 거의 '국민은 이제 더이상 노무현을 지지해서는 안된다'는 논조의 글은 정말이지 조선일보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당시 노후보와 정몽준씨의 어두운 표정을 사진에 담아 1면에 올린 것도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듯.. 이런 신문이 우리나라 신문시장을 과점하고 있다는 사실이 원통할 따름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해냈다.!!


2. 지역감정 보다는 세대차, 학력차 -> 곧 정보화차이

  이번 선거 역시 지역색이 많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남 지방에서 2,30대의 6~70%는 모두 노무현을 지지했던 것으로 보아 영남지방에서의 노무현의 30%득표의 힘은 2,30대에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도 2,30대가 노무현을 많이 지지했고 5,60대는 이회창을 많이 지지했다. 예상했던 대로 40대가 캐스팅 보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단순한 세대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선거날 밤에 유시민씨가 TV에 나와서 한 말인데, 이번 선거에서 세대간의 대립이 나타난 것은 단순히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 아닌 '정보수집력'의 차이다라고 했다. 2,30대는 인터넷 등을 사용함으로서 정책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어 웹상에서 토론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넓혀간 반면, 그에 뒤쳐지는 5,60대는 종이신문과 방송의 보도로만 자신들의 지지자를 선택했기 때문에 보수언론이 지배하고 있는 현 신문,방송 시장에서 5,60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정해졌다고 본다. 그리고 대졸, 고졸 학력자들은 60 :40의 비율로 노무현을 지지한 반면, 중졸 이하의 학력자들은 70:30의 비율로 이회창을 지지한 것으로 보아 이 역시 정보수집,판단 능력의 차이로 보인다.


3. 즐기는 정치의 등장

  이번에 TV를 보면서 내가 군인이 아니었다면 나도 선거 유세를 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몰려왔었다. 노란 풍선, 목도리를 하고 노무현을 지지하는 노사모 회원들의 모습.. 과연 이전 어떤 정치인들의집회에서 저런 모습이 보였었을까 싶다. 선거 자원봉사자를 떠올리면 일당받고 어두운 얼굴로 인사하던 아줌마들의 모습, 유세시 옆에서 박수치라는 사인 나오면 막 환호하던 수동적인 모습들.. 이런 모습들만이 보였는데, 노무현씨 유세장에서는 그런 모습이 없었다. 아줌마들이 많은 것이 아니라 부부가 아이와 함께 나와서 연설을 듣는 모습, 보수 한푼 받지 않아도 좋다고 따라다니는 노사모 사람들, 자발적으로 돼지 저금통에 후원금을 내는 성의.. 이런 것이 보인 것이다.

  정치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부패했다고 해서 버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만이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이번 대선이었기에 2,30대의 투표율이 급상승했던 것이며 많은 대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했던 것이다. 그래서 대학 내의 부재자 투표소의 설치도 가능했던 것이고, 핸드폰 문자 메세지를 통한 유세장 참여도 가능했던 것이다. 유세장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는 그야말로 '희망'이 보였다.


4. 조직이 없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선례

  선거 당시 민주당은 파탄이 나있었다. 제대로 선본위도 준비되지 않았고, 당내에서 노무현씨를 지지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국민경선때 당에서 노무현씨를 지지했던 사람은 단 1명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선을 통해서 그리고 그 이후의 여러 상황을 통해서 노무현씨는 자신의 지지자를 점차점차 만들었으며 이전과 같은 보스가 아닌 동지의 모습으로 선거를 이끌었던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대통령 후보라 함은 당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의 후원으로 선거를 이끄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당에서는 외면 받았으나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국민의 후원으로 선거를 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서 대통령은 우리와 다른 정치권에서 썩도록 썩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향한 마음과 국민을 향한 사랑이 있는 사람이면 좋은 정책을 가지고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선례를 남긴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많은 변화를 낳은 이번 16대 대통령 선거..
결국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되었는데..
앞에 헤쳐나갈 너무 많은 문제점이 있는 듯 싶다..

우선 걱정되는 것이..
집권당이 극소수의 당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에서 노무현씨를 지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구분이
선거기간 동안 완전히 구분이 되었는데 이 갈등을 어떻게 다독일지가 또한 관건이다.

특히 노무현씨를 반대한 대다수의 민주당원은..
과거 보스정치를 통해 기득권을 잡은 사람들이기에..
노무현씨가 표방하는 개혁정당에 과연 참여할지.. 참여한다하면 그들의 과거 모습을 버릴 것인지가..
매우 궁금하다..

정몽준씨와의 관계는..
처음에 걱정했지만 정몽준씨 스스로 차고 나갔기 때문에..
생각외로 쉽게 해결될 것 같다.
서로 생각이 안 맞는 사람끼리 합쳤었기에 이전 DJP연합과 같이..
DJ의 개혁을 JP가 발목잡을까 염려했는데..
정몽준씨는 더이상 아무 말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노무현씨에게는 결과론적으로 오히려 더 잘된 일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내가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은..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그동안 억눌렸던 서민들의 대통령을 표방하고 나섰기에..
대한민국의 수많은 서민들이 바라는 것이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독재국가가 아닌 이상..
대통령이 한다고 해서 100%되는 것은 아니다.
입법을 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한나라당의 제지를 받게 될 것이 사실이기에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부디 좋은 대화와 타협의 정책을 많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12월 19일 하루 종일 나는 너무나 기뻤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고..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우리 나라를 위해서 기도할 것이고..
새로 뽑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위해서 더더욱 기도할 것이다..
거기에 그가 하나님을 믿도록 기도할 것이다..

Posted by Mok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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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5 10:03

    6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다시 돌아보니..
    역시 그때 생각했던대로 엄청난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07년 대선을 다시 생각해보면..
    2002년에 '발전'되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모두 뭉개져 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