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25일..
먼저 이 날이 우리나라 역사의 위대한 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5년 후에도..  

  '참여정부'가 탄생할 것이라고는 1년 전만해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참여정부'에 거는 국민들의 마음은 '아마추어에게 나라를 맡긴'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 9단'들이 지난 3~40여년간 우리나라를 맡아 이끌어 가면서 우리에게 남긴 것은 실망, 좌절 뿐이었다. 그만큼 국민들이 완전한 변화를 기대했기에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아마추어 정치인 '노무현'에게 대통령의 자리를 준 것이라 생각한다.

  '참여정부'는 48%의 득표로 국민 앞에 섰다. 그리고 그 48% 중에서도 '노무현'을 지지해서가 아닌 '이회창'에게 싫증을 느껴 지지해준 사람들이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 할 것이다. 이런 소수의 지지를 받는 가운데 국민이 원하는 '거대한' 개혁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번 대통령 취임사에서 느낄 수 있는 것 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는 시점은 문제점이 눈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진 시점이다. 과거 '국민의 정부'는 '문민정부'에게 IMF라는 경제 위기를 넘겨 받았었다면, 이번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에게서 남북문제, 한미관계, 북핵문제, 국론 분열, 여기에 경제 불안, 세계 정세 불안 이라는 모든 안 좋은 요소들을 다 넘겨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특징은 '개혁'을 갈망하면서도 막상 '개혁'의 칼을 뽑고 도려내려 하면 아프다는 소리를 하면서 '국민통합, 포용'의 자세를 요구하여 '개혁'의 칼날을 무디게 하는 것이다. '개혁'을 안 외친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가? '신한국창조' '3대 개혁 과제' '재벌개혁' '교육 제도 개혁' 등의 구호는 국민들에게 친숙했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 결과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 혼란해지기만 한 것이다.

  '참여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믿을만한 구석이 있다고 나는 본다. 우선 언론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관계에 있는 정부이다. 이른바 언론계를 주름잡고 있는 보수언론에게 잘 보이려고 한 적도 없으며 오히려 잘못된 언론 관행을 깨뜨리겠다고 나서고 있는 정부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왜곡,은폐 보도는 언젠가는 탄로나게 되어있기 때문에 '비리'에 굴복하기 보다는 '정정당당함'으로 헤치고 나가는 모습이 우선 믿음직스럽다. 또한 인터넷 매체의 발달이 국민들이 단순한 종이에 글씨로 적혀 나오는 언론만이 아닌 웹상의 글들로 진위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에 더더욱 그 '정정당당'함은 빛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이 그토록 원하는 ‘재벌개혁’을 누구보다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정부라 본다. 우선 재벌의 도움 없이, 즉 재벌의 뒷돈 없이 선거를 치룬 사람들이기에 재벌의 눈치를 보면서 정책입안을 하지는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한 점도 없지 않아 있다. 위에 말한 장점들이 그대로 ‘참여정부’의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과 재벌은 대한민국의 현대 역사를 지배해 온 그야말로 기득권 세력이기에 언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재벌 개혁을 외치는 새 정부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을 것이다. 이전 ‘국민의 정부’가 그 대표적인 희생자였다. ‘국민의 정부’에서 외쳐대는 개혁의 칼날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위협해오자 언론과 재벌은 하나가 되어 ‘국가 경쟁력의 약화’라는 둥 ‘언론 탄압’이라는 등의 변명을 내세우며 개혁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어 버렸고 심지어는 왜곡 편파적인 언론보도 등으로 국민들에게 모든 국정을 비판적 아니 냉소적으로만 인식하도록 해 ‘국민의 정부’가 이룬 성과는 축소되고 온갖 실정들만 크게 부각되어 실패한 정부로 만들어 버린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상황에 맞는 능동적인 대책을 취하되, 공약으로 내세운 재벌개혁은 철저히 이루었으면 한다. 재벌개혁이 재벌의 해체로 가든지 아니면 재벌의 변화로 가든지 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문제라 생각한다. 거대한 기업의 대물림이라던지, 재벌의 불법 재산 증식, 대기업의 독과점, 불법 탈세 등 재벌로 인해 벌어지는 수 많은 폐해들을 과감하게 고쳐야 하고, 재벌의 많은 부로 인한 권력과의 결탁 등은 새 정부 스스로 끊어야만 한다.

  둘째, 정치하는데 있어서는 비판을 위한 비판을 했던 한나라당과의 관계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의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기에 정책 추진이 쉽지는 않겠지만 원만한 관계 설정으로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 당이 독자적으로 날뛴다 해도 여론의 흐름에 거슬러 올라가지는 못할 것이기에 작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투명한 정책 제안을 해야 한다. 또한, 실정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비리문제에 있어서는 스스로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문민정부’도 ‘국민의 정부’도 친인척 및 측근 비리로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이 사실이기 떄문이다.

  셋째, 북한과의 관계,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소신있게 행동해야 한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반대 세력에게 흠 잡을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며 외국 투자가들의 불안감만을 살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말했던 것처럼, 원칙있고 소신있는 대북관계 목표 제시, 미국과의 관계 조율이 필요하다.

  5년 뒤에 이 정부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국민의 손에 달려있다. 일반적으로 새 대통령과 같게되는 초기 100일간의 허니문기간은 전혀 없이 당선자 시절에서부터 따가운 비판을 받아온 소수정권의 한계를 뛰어넘고 역사에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평가받는 첫 걸음을 내딛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Posted by Mok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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