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oh's visiting U.S.
많은 말들이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가 끝났다. 솔직히 노무현 대통령의 '당당한' 외교를 내심 바라고 있었던 나는 방미 도중 노 대통령의 발언에 깜짝 깜짝 놀랐다. 모든 국민이 느꼈으리라 여겨지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나 또한 당황스러웠다. 방미 이후 이런 저런 평가들이 나오고 '명분론'과 '실리론'의 큰 차이는 좁히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청와대의 논평이나 고건 국무총리의 발언에도 나왔듯이 이번 방미외교는 철저히 '실용주의 노선'에 입각해 이루어 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방미 당시의 '세일즈 외교'와 큰 차이가 없는 듯해 보이는 '실용성'에 입각한 외교였다. 당시에는 IMF라는 국가적 위기가 있었고, 이번에는 '북핵'이라는 국가적 위기가 있는 상황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에 국가 이미지 쇄신과 투자 유치를 위해서 외교적으로 극히 이례적인 '영어' 연설을 미 국회에서 했다. 국가 원수의 외국어 사용은 단순한 서비스 차원을 넘어선 엄청난 저자세 (흔히들 말하듯이) 외교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도 굉장한 '아부성'발언들을 미국에 바친 것 또한 저자세 외교임에 틀림 없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자로서 노무현 대통령의 행동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동시에 국가의 위신을 지나치게 실추시켰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기에 비판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 또한 든다. '실리'를 추구하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미국 우호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에서는 찬성하나, 미국에 대한 약간 과장된 듯한 칭찬성 발언은 국가원수로서 말하기에는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물론 다르게 생각해보면, 미국이라는 나라에 처음 간 사람이 느끼는 그 웅장함과 위대함에 매료되어 그랬을 꺼라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미국에 처음 갔을때 첫 인상이 '대단한 나라'라고 밖에 안 들었으니 말이다. 노대통령이 방문한 곳이 '실리콘 밸리', '뉴욕 증권 거래소' 등 미국의 강인함, 부를 상징하는 곳을 방문했기에 더 그랬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점에 있어서는 노 대통령의 경험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명분'에 입각하여 과거 국민의 정부 당시 한-러 정상회담 뒤의 발표문과 같은 (미국에서 봤을때) 돌발상황을 연출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워싱턴 정가의 노대통령에 대한 인상은 그야말로 '반미주의자'라고 이미 선입관을 가지고 있을텐데, 이정도 '친미적 발언'을 했으니까 그나마 대화에 응했지 안 그랬다면 색안경을 쓰고 대화를 해서 결과가 완전 엉망이 되었을 수도 있다. 국가를 이끌어가는 자로서의 부담감 속에 자신의 소신과 반대되는 행동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싶고,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명분론'과 '실리론'은 그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판단의 기준인 것 같다. 이 것이 잘된 태도였는지 아니었는지는 역사가 말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5년 후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할 즈음에, 아니면 이번 방미결과로 인한 남북관계의 변화, 혹은 핵문제의 해결 방법 등에 의해 판단될 것이다. 그때까지 방미 결과에 대한 저울질을 유보시키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나 자신도 이번 방미 결과에 대해 옳다 그르다라고 단정짓기가 매우 힘들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 한 것 같다'는 평가 정도를 내리고, 이번 방미로 한/미 관계는 다시 우호적인 관계로 돌아 섰으니, 즉 급한 불은 껐으니까 다음부터는 조금 더 당당한 자세로 외교를 폈으면 좋겠다는 바램 뿐이다. 이런 현실 인식은 상대적 약소국가에서 느끼게 되는 불가피한 현실 그 자체인 것 같다.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대화의 채널을 끊어버리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북한이 이번 결과와 상관없이 대화에 지속적으로 임해준다면 단기적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의 정부 당시 지속적인 북한에의 손뻗기 시도가 미완의 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인데, 이번 참여정부에서는 약간의 채찍과 많은 당근으로 접근하여 어떤 결과를 거둘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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