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17일 수요일.. 날씨 : 맑음


추운 공기를 마시며 서대전고등학교로 향했다.

시린 손을 녹이기 위해서 준비해둔 손난로를 싹싹 비비면서..

아빠 차 안에서 마지막 결전(?)의 기도를 받고 학교로 들어갔다.


내 자리는 교실 복도 창가쪽 책상 뒤에서 두번째..

마음 속에 드는 두려움 중 하나..

'누가 보여달라고 위협하면 어쩌나.. --;'

'보여달라면 재주껏 보라고 하지 뭐..'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3일전 교회 고등부 주보에 나왔던 수험생을 위한 기도문을 읽고..

QT를 하고..

기도를 하고..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본 준관이(훗날 대학에서 내 기숙사 룸메이트가 됨)에게 기도문을 넘겨주고..


1교시 언어영역을 준비하기 위해 최종 점검을 했다.

속담, 고사성어, 맞춤법 등등..^^



1교시 언어영역


정말로 문제가 어려웠다.

내 스스로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쓰기' 파트는 쉬웠는데..

31번부터 40번 까지의 문학파트가 거의 악몽이었다.

세상에 지문 하나에 문제 9개라니.. --;

이 부분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조금씩 시간에 쫓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서 조급히 풀어서였을까?

막상 다 풀고 나니까 1시간이나 남았다. --;

다시 처음부터 점검을 해 보았더니.. 역시..

몰라서 안풀고 넘어간 문제들이 대부분..

고민고민하면서 풀었다.


마지막까지 마킹을 못한 문제는 총 9문제..

기도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머리 쥐어 뜯고..

어떻게든 생각해서 내가 생각하기에 최선의 답을 적었다..

그리고.. 끝났다..


쉬는 시간


시험지를 내고 교실 밖으로 나오면서 든 생각..

'죽었다 깨어나도 100점은 못 넘었다.. 으.. 이번 시험 망했다..'

만나는 친구들마다 다들 어렵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을 삼았다.


교실로 다시 들어와보니 3~4명의 아이들이 1교시 끝나고 나가버렸다.

포기했나보다..



2교시 수리탐구 I

 

수학.. 실수면 끝이다..!!

이런 생각으로 차근 차근 풀었다.

언어가 어려웠기 때문에 내 머리 속에서 언어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 나를 사로잡았다.


8번 문제에서 막혔다.

분명히 단순한 문제인데.. 풀 수가 없었다.

'왜이러지? 왜이러지? 정신차리자..!!'

도저히 못 풀어서 그냥 넘어갔다.


끝까지 차근차근히 풀었다.

매우 어렵다고 느껴지는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주관식은 항상 불안했다.


다시 돌아와서 8번을 풀었더니만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긴장을 정말로 많이 했나보다..


3번 정도 검산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수학은 항상 불안..

불안한 가운데 시험지를 냈다.



점심시간


운동장으로 나와서 아이들과 점심을 먹었다.

엄마가 소화 잘되는 음식만 골라서 골라서 싸 주셨는데..

긴장이 되니까.. 이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어떻는지 모르게 그냥 먹혔다.

나중에 보니까 반찬은 하나도 안먹고 밥만 계속 먹고 있었다. (긴장해서..)


준관이가 시험지를 내면서 자기가 문제 하나 틀렸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준관이가 걱정하는데 나도 걱정이 들었다.

지금은 맞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틀린 건 아니었는지..

정말 불안했다.



3교시 수리탐구 II


최대 고비의 시간이다.

집중력과의 싸움인 과탐, 사탐 시간..


과탐 문제는 비교적 문제는 쉽게 여겨졌다.

하나가 아리송송해서 걱정되었다.

사탐 문제는 아리까리 한 문제가 꽤 되었다.

특히 '말 안장' 그림이 나온 문제는 나에겐 거의 찍으라는 소리였다.


성질 급한 나는 보통 끝까지 문제를 잡고 풀지를 못한다.

하지만 오늘은 다를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도 역시였다.

조금 오래 잡고 고민하나 했더니만, 몇분 안되서 그냥 마킹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답을 옮겨 적고, 마킹 잘못된거 없나 보고서는..

엎드려버렸다.

진짜 수능 시험인데 이래도 되는가 싶었다.



쉬는 시간


영어만 끝나면 끝이다..

하지만, 사탐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답 두개 가지고 고민하다가 마킹한 것이 너무 많아서 다 틀리면 나는 죽음이었다.. --;



4교시 외국어 영역


영어는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문제가 나를 고민하게 했다.

명색이 외국어 고등학교를 나왔고 게다가 영어관데..

영어에서 틀리면 내 스스로 용납 못한다는 생각이 나를 더 억눌렀다.

스트레스만 잔뜩 받으면서 문제를 풀었다.


긴장에 스트레스까지 받아서인지 독해가 잘 안됐다. --;

듣기 평가에서는 한 문제를 놓쳐 버렸다.

제대로 못 들었는데.. 들은걸로 대충 대충해서 감으로 풀었다.

다른 한 문제는 이해가 안됐다.

하지만.. 이해할 시간도 없었다. 들은걸로 대충 대충해서 감으로 풀었다.



시험이 끝나고..


시험 끝나고 학교 중앙에 있는 계단을 걸어나오는데..

내 마음에 팍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허무감'


세상에 이렇게 허무할 수가 있을까..

이 시험 한번 볼려고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 12년을 미친듯이 살았다니..


너무 허무했다.

학교를 나오는데 내 손에 쥐어진 '재수학원' 팜플렛.. 무지 기분 나빴다.

시간 맞춰 기다리고 계시던 부모님은 나보다 더 긴장된 표정이셨다.

어떻게 봤냐고 하시는데.. '생각보다는 못봤을 것이다'고 했다.


집에 가는 차 안에서 라디오는 수능얘기만을 하고 있었다.

'이번 수능이 쉬워짐으로 전체 평균이 2~30점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에잇 모르겠다. 집에 가서 채점해보고 고민하자..'


집에서 통신에 접속해서 채점을 하고..

결과를 마음에 담고..

수요예배를 갔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와서.. 오랜만에 푹 잤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


날짜를 보니 내가 수능 본지  2년 후였다.

그래서 당시를 한번 떠올리며 당시의 일기를 적어봤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다.

그 시험 하나 보는 것 때문에 기도 받은게 몇번이며..

초콜렛, 엿 등을 받은게 얼마며..

문제 푸느라 산 문제집이 몇백 권이며..


좋은 추억이지..^^*

하지만.. 지금 당시를 생각하니까 다시 오싹해지기는 하다..

다시는 수능 보고 싶지 않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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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kaHoliC
TAG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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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만에 칼럼을 올리게 되네요..

점점 게을러지는 이 칼럼지기를 용서해 주십시오..


어제는 전국의 80만(맞나?)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것을 본 날이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1년 전의 제 모습과 지금의 제 모습을 생각하면 사람이 얼마나 간사한지..

1년 전에 '수능'날 하면 떨리는 마음을 가졌던 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내 일이 아니다 싶으니까 떨리기는커녕 오늘 웃고 떠들며 잘 지내고..

간사하죠?


오늘은 제 수능 치루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대부분은 이미 대학입시를 쳐보신 분이라 생각되는데..

한번 그때로 돌아가봅시다..

그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참 시간이 빠른 거 같아요.

수험표 들고 손난로로 추위를 달래가며 수험장에 들어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작년 수능 전날, 예비소집을 끝내고 집으로 와서 낮잠을 자는 바람에

밤에 잠이 안 와서 어쩔 줄 몰라하던 제 모습이 생각나네요..

난생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나님께 잠자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니까요.. ^^

항상 잠 좀 안자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그날은 정말 잠이 안오니까 무섭더라고요..

결국은 혼자서 기도하고 눕고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지요..

옆에서 부모님께서 얼마나 걱정을 하시던지..


수능 당일 날 시험장소인 '서대전 고등학교'를 가면서

긴장을 풀려고 애쓰던 제 모습이 생각나네요.

생각보다는 떨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불안하더라고요..

하나님께 기도하며 불안감을 없애려고 애썼죠^^

차에서 내려서 교문을 들어설 때

학교에서 오신 선생님과 후배들이 나눠주는 차(유자차였나?)를 받아서

조심스레 교실로 들어가서 자리를 확인..

제 자리는 복도쪽 뒤에서 두 번째였습니다.

외고에 다녀서 그랬는지 대부분의 외고 학생 자리는 양쪽 사이드 앞, 아니면 뒤더라고요^^


앉아서 Q.T를 하고.. 무슨 말씀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이론..

그리고 성경책을 펴서 항상 읽던 말씀을 찾아서 읽었습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내가 네게 명한 것이 아니냐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
두려워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


이 말씀 지겹도록 고3 때 읽고 묵상한 말씀이었는데,

막상 시험장에 가니까 새롭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시험 시작하고 나니까 긴장감보다는 그냥 문제 푸는데 집중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무사히 실수한 건 없이 시험을 마친 것 같아요..

중간 점심시간 때 먹는 밥은 입으로 들어가는지 뱃 속에 있는지도 모르게

그냥 꾸역꾸역 집어넣기만 했었어요.. 엄마가 싸주신 정성어린 도시락이었는데..


외국어 영역 듣기평가 할 때는 정말이지 괴로웠어요..

바로 스피커 앞에 있어서 소리가 떨어지는 곳인데 소리가 워낙 커서

손으로 귀를 살짝 막고서 들었다니까요..

옆에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봤을지도 모르겠어요.. 듣기평가를 하는데 귀 막고 보니까..

귀를 안 막으면 너무 커서 하나두 안 들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요..


끝나고서 교실을 나오는데 제 맘 속에는 엄청난 공허감과 허무감이 들었어요..

이 하루 때문에 몇 년을 고생하며(실제는 별로 안 했으면서) 마음 졸이며 살았나 싶더라고요..

몸의 긴장이 쫘악 풀리면서 몸의 피곤함이 느껴지더군요..

참 이 시험이 사람의 마음과 몸을 좌지우지하는게 참 불쾌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답니다..


시험이 끝나고 집에 와서 3교시까지의 점수 채점을 하고는 수요예배에 갔어요..

그때 수요예배 말씀 아직도 기억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이 땅으로 보내신 그리스도의 간첩이라는 말씀.. "

적절한 때에 적절한 말씀을 주셨던 것 같아요..

대학에서의 삶이 간첩으로서의 삶이라는 것..

이제야 다시 느끼게 되고 생각하게 되는군요..


퓨.. 지금쯤이면 수험생들 점수 채점 끝내고 잘 시간이네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이 글을 보는 수험생들이 있다면..

다들 좋은 결과로 감사했으면 좋겠네요^^


'대학 입시는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관문이며 시험이다..
하지만 그 곳에는 실패란 없다..
오직 성공뿐이며 자신의 삶의 한 전환점이 되는 곳이다.. '

제가 생각해 낸 말이랍니다.. 키득키득

P.S : 원래 이번 칼럼이 늦어진게, 제가 찍은 사진을 올릴려고 했는데
     학교 스캐너가 고장나는 바람에 스캔을 못했네요..
     고쳐지면 곧바루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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